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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 및 문화 분석

큐레이션 OTT (알고리즘, 취향, 생존전략)

by sangsang2025 2026. 4. 23.

솔직히 처음에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영화 플랫폼 맥락에서 들었을 때 조금 낯설었습니다. 박물관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 이야기인 줄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넷플릭스 홈 화면을 켜놓고 30분째 고르다가 그냥 껐던 경험이 생각나더군요. 그때 느낀 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보기 싫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지금 큐레이션 OTT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큐레이션 OTT의 알고리즘과 사용자 취향, 생존 전략을 분석한 썸네일입니다. 좌측은 거대 자본 기반의 데이터 알고리즘 시스템을, 우측은 인간의 취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큐레이션 스크린을 시각화했습니다. 중앙의 인물은 기술적 최적화와 예술적 본질 사이에서 고민하는 콘텐츠 전문가의 전략적 시선을 상징합니다.

알고리즘이 만든 피로, 그리고 큐레이션의 등장

제가 직접 써봤는데,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대형 OTT의 추천 시스템은 결국 제가 이미 본 것들을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알고리즘(Algorithm)이란, 사용자의 시청 이력과 평점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에 볼 만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과거의 제 취향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구조인 거죠.

문제는 이 방식이 저를 익숙한 취향 안에만 머물게 한다는 겁니다. 스릴러 한 편 봤더니 비슷한 스릴러만 수십 개 줄줄이 뜨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반면 큐레이션 OTT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플랫폼이 먼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는 이용자를 끌어당기는 방식입니다. 흔히 말하는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것이 있을 거야"가 아니라 "네가 좋아할 것 같은 것을 가져왔어"에 가깝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이런 플랫폼을 부티크 스트리밍 서비스(Boutique Streaming Service) 또는 니치 OTT(Niche OTT)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니치(Niche)란 대중 전체가 아닌 특정 취향이나 관심사를 가진 소수 집단을 집중 공략하는 시장 전략을 뜻합니다. 규모보다 정확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세계 큐레이션 OTT의 현재: MUBI, 크라이테리온 채널, 셔더

영화 큐레이션 플랫폼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단연 MUBI가 꼽힙니다. 2007년 '디 오퇴르(The Auteurs)'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매일 한 편씩 영화를 공개하고 30일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단순한 스트리밍이 아니라 "오늘의 영화"를 제안하는 편집자 역할을 자처한 겁니다.

MUBI는 2025년 6월을 기점으로 기업 가치 10억 달러로 평가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즉 약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업계 용어입니다. 전체 사용자가 2천만 명에 육박한다는 수치는 큐레이션 방식이 시장성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근거가 됩니다. 2019년 5월경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다만 현재는 배급사 인수와 사업 확장을 위해 다시 적자를 감수하는 구조입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1년 새 적자가 약 3배 이상 늘어났으니, 성장통이라고 보기엔 결코 작지 않은 숫자입니다.

크라이테리온 채널(Criterion Channel)은 고전영화·예술영화 블루레이 제작으로 명성을 쌓은 크라이테리온 콜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특히 24시간 생중계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라이테리온 24/7'은 마치 클래식 음악 라디오처럼 흘러가듯 영화를 틀어두는 방식이라, 능동적으로 고르는 것이 아닌 흐름에 몸을 맡기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장르 특화형 큐레이션 OTT로는 셔더(Shudder)가 있습니다. AMC 네트워크가 운영하며 호러와 스릴러에만 집중합니다. AMC 네트워크의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셔더의 구독자 수는 280만 명으로, 북미 지역 한정 서비스임에도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AMC Networks).

현재 영미권 주요 큐레이션 OTT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MUBI: 매일 1편 큐레이션 + 배급사 운영, 유니콘 기업 달성
  • 크라이테리온 채널: 고전·예술영화 라이브러리 + 24시간 생중계 스트리밍
  • 셔더: 호러·스릴러 장르 특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병행

한국의 큐레이션 OTT, 생존 전략을 짜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국내에서 큐레이션 OTT라는 개념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꽤 더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 조용히 움직임이 생겨났습니다.

배급사 시네마 달이 2025년 3월 론칭한 다달은 매월 자사 작품을 큐레이션해 구독자 이메일로 발송하는 방식입니다. OTT 플랫폼이 아니라 뉴스레터 형식을 택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독립영화사 입장에서 별도의 스트리밍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 안에서 최선을 찾은 셈입니다. 시네마 달 측은 "거대 자본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기존 OTT 시장은 관객을 익숙한 취향 안에만 머물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는데, 제가 앞서 느꼈던 그 피로감을 업계 관계자들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반가웠습니다.

라프텔(Laftel)은 애니메이션 전문 OTT로, 국내 큐레이션 OTT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입니다. 2022년 애니플러스에 인수된 후 꾸준히 성장해, 모기업 애니플러스가 2026년 3월 발표한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2025년 누적 가입자 수 60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MAU) 월평균 13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여기서 MAU(Monthly Active Users)란 한 달 동안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 수를 뜻하며, 단순 가입자 수와 달리 실질적인 서비스 이용 빈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콜렉티오(Collectio)는 엠엔엠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예술·고전영화 전문 플랫폼으로 2023년 11월 론칭했습니다. 대형 OTT와의 수익 배분 구조(RS, Revenue Share) 대신 단매 계약을 선택해 창작자에게 수익이 직접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여기서 RS(Revenue Share)란 플랫폼과 콘텐츠 제공자가 수익을 비율로 나누는 계약 방식으로, 실제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창작자에게 확실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 외에 여성영화 전문 OTT 퍼플레이(Purplay)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발해 현재 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큐레이션 OTT, 알고리즘을 넘을 수 있을까

저도 처음엔 이 흐름을 꽤 낙관적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여러 서비스를 살펴보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큐레이션이 알고리즘과 얼마나 실질적으로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AI가 추천하는 영화 목록과 사람이 손수 고른 영화 목록, 이 둘을 나란히 놓았을 때 일반 이용자가 그 차이를 명확하게 체감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인간 큐레이터 못지않게 정교한 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큐레이션 OTT가 살아남기 위해 내세워야 할 진짜 무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를 왜 골랐는지, 이 작품이 지금 이 시점에 왜 의미 있는지를 설명하는 편집의 언어. 다달이 영화와 함께 읽을거리를 함께 제공하고, 콜렉티오가 오프라인 작품전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이 복제하기 어려운 것은 결국 맥락과 태도입니다.

큐레이션 OTT는 영화산업 전체로 보면 여전히 작은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는 제도적 지원도 미비하고, 운영 주체들이 개인 대출까지 감수하며 버티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플랫폼들이 계속 생겨나고, 시네필들이 이를 반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수만 편의 콘텐츠 앞에서 멍해졌던 그 경험, 그 피로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큐레이션 OTT에 관심이 생겼다면, 우선 MUBI나 라프텔을 무료 체험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안목으로 고른 영화가 어떤 느낌인지, 직접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너무나 많은 OTT 중에서 최적의 조합을 고민하고 있다면 OTT 가격인상에 대한 최적 조합에 대한 제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magazine.kofic.or.kr/webzine/web2/2797/pdsView.do
https://www.amcnetworks.com

 

<함께 보면 좋을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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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angsang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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