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로 3D의 문을 열었던 2009년, 우리는 안경을 쓰고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미래 영화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극장의 생존 전략은 안경을 벗고 '공간' 자체를 확장하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CJ 4DPLEX가 야심 차게 내놓은 4면 스크린X가 있습니다.
오늘은 CJ 4DPLEX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과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그의 철학과 성과를 바탕으로, 용산에서 직접 경험한 4면 스크린X의 압도적 몰입감과 그 이면에 숨겨진 날카로운 한계점들을 전문가의 시선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1. 10년의 집념이 만든 화룡점정: 4면 스크린X의 성과
오윤동 담당이 2013년 CGV와 손을 잡고 공연 실황을 스크린X로 옮기기 시작했을 때, 많은 이는 이를 단순한 '이벤트성 포맷'으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스크린X는 전 세계 46개국 423개 스크린을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51%의 박스오피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글로벌 매출 9,400만 달러(약 1,352억 원)를 달성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용산 4면 스크린X의 기술적 도약
올해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첫선을 보인 4면 스크린X는 기존 정면과 양옆을 넘어 천장(Ceiling)까지 화면을 확장했습니다.
- 몰입도의 수치화: 오윤동 담당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상영관 대비 3면은 2배, 4면은 3배의 몰입도를 제공합니다.
- 관객의 가심비 충족: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가심비' 시대에 맞춰, 전 좌석 리클라이너와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결합해 극장을 단순한 관람석이 아닌 '체험형 라운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2. 현장에서 느낀 전율과 피로: 개인적 관람 경험
제가 용산 4면 스크린X관에서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을 관람했을 때의 경험은 묘한 이질감과 환희가 섞여 있었습니다.
리클라이너에 몸을 깊숙이 묻고 고개를 뒤로 젖혔을 때, 천장 스크린에 비치는 공연장의 화려한 조명과 하늘은 분명 '내가 그 현장의 정중앙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좌우 스크린이 확장될 때 느껴지는 주변시(Peripheral Vision)의 자극은 일반 평면 스크린이 줄 수 없는 해방감을 선사했습니다. 4DX 영화, I-MAX 영화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4DX 영화, I-MAX 영화 관련 감상평은 제 포스팅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각 정보는 뇌에 상당한 피로감을 주었습니다. 정면에 집중해야 할 순간에도 천장과 옆면에서 번쩍이는 영상들이 시선을 분산시켰습니다. 분홍신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이 천장까지 뻗어나갈 때, 정면의 고해상도 이미지와 측면의 입자감이 대비되어 몰입이 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때때로 연출자가 의도한 미장센(Mise-en-Scène)의 핵심을 놓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3. 기술적 찬사 뒤에 가려진 4면 스크린X의 한계
전문가로서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4면 스크린X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① 영상 소스의 이질감과 제작 기간의 한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본편 CG에만 수천억 원을 투입하지만, 스크린X 전용 윙(Wing) 영상은 불과 8주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제작됩니다. "당신들이 만든 영상 재료를 모두 달라, 우리가 구현하겠다"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본편과 사이드 영상 사이의 디테일 격차를 완전히 메우지는 못합니다. 메인 화면의 압도적 퀄리티에 비해 옆면과 천장의 영상이 다소 흐릿하거나 질감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순간, 관객의 몰입은 순식간에 깨지고 맙니다.
② 콘텐츠의 편중과 포맷 최적화 문제
현재 스크린X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분야는 공연 실황과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위주의 영화나 정적인 예술 영화에서 4면 확장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4면을 염두에 두고 촬영된 콘텐츠가 아닌 이상, 억지로 늘린 영상은 오히려 공간적 왜곡을 초래할 뿐입니다.
③ 비용의 문턱과 접근성
특화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비쌉니다. '가심비'를 추구하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영상의 연속성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고가의 티켓값을 지불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글로벌 상영관 수는 늘고 있지만, 진정한 대중화로 가기 위해서는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릴 만큼의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 매 작품마다 보장되어야 합니다.
4. 결론: 밭을 만드는 매니저,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숙제
오윤동 담당은 스스로를 '밭을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훌륭한 크리에이터들이 들어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닦겠다는 포부입니다. 그의 말대로 스크린X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탑건: 매버릭>이라는 트리거를 통해 할리우드의 신뢰를 얻어냈고,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협업하는 파트너로 성장했습니다. 결국 4면 스크린X의 미래는 '화면의 개수'가 아니라 '영상 파이프라인의 일치'에 달려 있습니다. 본편과 특화관 영상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VR 콘텐츠에 버금가는 완벽한 구형(Spherical) 몰입감을 줄 수 있을 때 극장은 비로소 OTT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오윤동 담당이 꿈꾸는 <위플래쉬> 같은 음악 영화가 4면 스크린X로 구현되어, 드럼 스틱의 파편이 천장까지 튀어 오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4면 스크린X는 극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가장 도발적인 시도입니다. 여러분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에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영화 속에 '머무는' 경험을 원하시나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 극장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참고 및 출처:
- CJ 4DPLEX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 인터뷰 및 기술 로드맵 자료
- 2024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 및 글로벌 특화관 박스오피스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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