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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와일드 씽>-재기를 위한 대환장 로드무비(코미디 로드무비, 오정세, 강동원)

by sangsang2025 2026. 6. 15.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이 영화에 반쯤 설득당한 상태였습니다. 강동원이 1990년대 오렌지족 스타일 의상을 입고 그 시절 뮤직비디오 문법으로 춤을 추는 영상이 SNS에 돌아다니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강동원이 진짜 음반을 낸 줄 알았습니다. 몇 초 보다가 '이게 영화 홍보였구나' 하고 깨달았는데, 이미 알고 나서도 계속 보게 됐습니다. 영화보다 홍보 영상이 더 기대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와일드 씽>은 그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홍보 영상만큼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엔딩 장면을 보고 나서 극장을 나올 때, 묘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인가: 대환장 로드무비

<와일드 씽>은 손재곤 감독의 신작입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해치지않아>(2020)를 만든 감독입니다. 이번엔 <극한직업> 제작사 어바웃필름과 손을 잡았으니, 개봉 전부터 '코미디 DNA'에 대한 기대치가 설정된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성공한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뜻밖의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됩니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각각 트라이앵글의 세 멤버를 맡았고, 오정세는 트라이앵글에 밀려 만년 2위였던 발라드 가수 최성곤으로 등장합니다. 이 네 사람이 20년 만에 재기할 기회를 얻으려고 벌이는 소동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코미디로 시작해 슬랩스틱과 범죄 소동을 거쳐, 후반부에는 강원도를 향한 로드무비로 흘러갑니다.

배우들의 비주얼만으로 이야기하자면, 강동원이 90년대 아이돌 스타일로 헤드 스핀을 하고, 엄태구가 폭풍 랩을 뱉고, 박지현이 핑클처럼 보이고, 오정세가 장발의 발라드 왕자 역할을 합니다. 이 네 가지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조합되는 순간 이미 극장 티켓을 사고 싶어집니다.


웃음은 유효했나: 기대와 현실 사이

결론부터 말하면, 웃겼습니다. 다만 어떻게 웃겼냐가 중요합니다. 손재곤 감독의 이전 작품들은 도저히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대사 한 줄이 상황을 뒤집는 '말맛'으로 유명했습니다. <와일드 씽>의 개그는 그것과 다릅니다. 대사보다 행위 위주의 시각적 코미디가 주를 이룹니다. 한 컷 한 컷을 쇼츠로 잘라도 통할 만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홍보 방식, SNS에서 바이럴된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 영상들과 정확히 같은 문법입니다. 마케팅과 본편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다만 그 웃음이 오래 남지는 않습니다. 장면 장면은 웃기지만, 극장을 나오고 나서 무언가가 마음에 걸려 있는 느낌은 없습니다. '손재곤 코미디'가 주던 그 여운, 인물들의 실패가 괜찮겠다 싶은 온기 같은 것이 이번엔 조금 얕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반부에 캐릭터를 쌓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트라이앵글의 전성기와 해체, 최성곤의 추락이 빠르게 지나가고 영화는 곧 현재 시점으로 뛰어옵니다. 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충분히 생기기 전에 로드무비가 시작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트라이앵글을 응원하기보다 강동원의 헤드 스핀을 구경하게 됩니다. 영화보다 뮤직비디오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결과가 생깁니다.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고 싶었던 관객에게는 아쉬운 지점입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오정세와 구역질 신

네 배우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오정세입니다. 최성곤은 사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오정세 아니면 누가'라고 느껴질 만큼 뻔해 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정세는 그 '뻔함' 안에서 예상을 훌쩍 넘어옵니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구역질 신에서 몸에 전율이 돋을 만큼 몰입됩니다. 구토하면서 노래를 완주하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고, 이런 장면을 다른 영화에서도 본 것 같은데, 오정세는 그냥 설득해 버립니다. '이게 어떻게 감동이 되지' 싶으면서도 감동이 됩니다.

최성곤이 이 장면에서 다른 인물들과 차별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트라이앵글 세 멤버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무대에 오르려 합니다. 최성곤만이 순수하게 자신의 꿈을 좇습니다. 그 서사가 구역질 신에 모두 쏟아지는 순간, 영화는 코미디에서 잠깐 다른 무언가가 됩니다. 마침내 무대를 완수했다는 것이 웃기면서 동시에 슬픕니다. 이 장면 하나가 영화 전체를 구원합니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도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해냅니다. 배우의 아우라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내려놓으려 최선을 다한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강동원이 트라이앵글의 전성기 장면에서 아이돌을 연기할 때, 현재 시점에서 봐도 오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멋집니다. 배우의 얼굴이 서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입니다.


로드무비로 읽었을 때: 감독의 욕심이 보이는 후반부

후반부,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이 강원도 행사 무대를 향해 이동하는 시퀀스에서 영화의 톤이 바뀝니다. 코미디에서 로드무비로. 이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저는 이 후반부가 가장 좋았습니다. 강원도로 가는 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그 오래된 소녀 팬들이 현장에 모여 있는 장면은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흐립니다. 손재곤 감독이 그 경계를 노린 것 같았습니다. <삼포 가는 길>처럼 목적지보다 가는 과정이 중요한, 한국 고전 로드무비의 감수성이 희미하게 배어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무대, 성공보다 실패에 가까운 결말. 이것이 '재기 클리셰' 영화들과 <와일드 씽>을 구분 짓는 지점입니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어떻게 기회가 세 번만 있냐, 더 있어야 한다." 손재곤 감독의 전작 <해치지않아>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 1월에 개봉했습니다. 최악의 타이밍에 영화를 낸 감독이 그 이후 만든 작품에서 이 대사를 넣었다는 것. <와일드 씽>은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손재곤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게도 닿을까

이 영화는 명백히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혼성 댄스 그룹 시대를 소환합니다. 그 시절 공개 방송을 뛰고 콘서트를 다녔던 세대에게는 추억이 코드로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그 기억이 없는 지금의 1020에게는 어떨까요.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무한도전>이나 <놀러와> 같은 옛날 예능을 자연스럽게 접합니다. 과거 콘텐츠를 복원된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재현한 최신 콘텐츠로 받아들입니다. 거칠고 낡고 완성되지 않은 것의 질감을 오히려 소비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와일드 씽>의 레트로 퍼포먼스와 촌스러운 뮤직비디오는 그 감수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 이미지로, 서사보다 쇼츠로 소비될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닿는다면.

팬덤이 극장을 살리는 방식을 다룬 글에서도 살펴봤지만, 한국 극장이 침체된 지금 코미디는 관객을 불러올 가장 유력한 장르입니다.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웃을 때 배로 재미있고, 보고 나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 그 역할을 <와일드 씽>은 충분히 합니다.


YES인가 NO인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YES

서사는 헐겁습니다. 캐릭터 전사가 부족하고, 장르 전환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클리셰 안에서 안전하게 머문다는 비판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엔딩을 보고 나서 저는 YES 쪽에 섰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배우들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꺼내 들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트라이앵글의 20년 만의 무대처럼, 배우들도 이 영화가 어떤 의미에서 '마지막 무대' 같은 자세로 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초심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와일드 씽>은 그 초심이 스크린에 올라온 영화입니다.

트라이앵글의 히트곡 'Love is'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웃어줘 확신에 찬 너의 얼굴로." 완벽하지 않아도, 확신 하나로 무대에 서는 것. 그것으로 충분한 영화가 있습니다. <와일드 씽>은 그런 영화입니다.

관람 추천 대상: 90년대~2000년대 혼성 댄스 그룹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 오정세 배우의 팬, 완벽하지 않아도 따뜻한 코미디를 원하는 분들. 6천 원 영화 관람 할인권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 영화에 쓰기 좋습니다.


감독: 손재곤 | 출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신하균 | 장르: 코미디, 로드무비 | 개봉: 2026년 5월 21일

참고: 영화진흥위원회 웹매거진 한국영화 「추억과 초심을 소환하는 웃음 <와일드 씽> YES or NO」(김철홍·이지혜 평론가, 2026.06.08)

작성자: sangsang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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