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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가 열어놓은 오컬트의 문, K-호러는 로컬리티의 함정을 넘을 수 있는가(로컬리티, 흉가, 확장성) 2024년 초봄, 자정이 넘은 시각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진행된 비명 상영회 현장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스크린을 채울 때, 관객들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민족의 심저에 깔린 역사적 부채감과 무속 신앙의 기이한 에너지에 압도당해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의 토속신앙이 이렇게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영화 비평 소모임에서 한 참가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는 무서운 게 아니라, 서늘하게 슬프다." 이 짧은 문장은 K-호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로컬리티(Locality)가 어떻게 보편적 정서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점이었습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6년 현재,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필름마켓(EFM .. 2026. 4. 16.
일본 영화 시장의 '미라클 흥행'과 K-컬처가 나아갈 생태계적 지향점(애니메이션, 실사영화, IP 프로토콜) 2026년 현재, 글로벌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IP(지식재산권)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저는 최근 일본 도쿄의 신주쿠와 서울의 용산을 오가며 극장 분위기를 살필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까운 나라이자 먼 나라이기도 한 일본의 영화관 풍경은 우리나라와 또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도쿄의 극장가는 65세 이상의 시니어 관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1020 세대가 메우며 활기를 띠고 있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포스트 파라사이트'를 갈구하며 장르적 변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단순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2025년 사상 최고 매출인 2,744억 엔을 기록한 일본 영화 산업의 이면과, 그 성과가 우리 K-컬처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에.. 2026. 4. 15.
4면 스크린 X의 성과와 한계: 기술적 화룡점정과 서사적 소외 사이의 갈등 (경험, 크리에이터의 숙제) 제임스 카메론이 로 3D의 문을 열었던 2009년, 우리는 안경을 쓰고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미래 영화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극장의 생존 전략은 안경을 벗고 '공간' 자체를 확장하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CJ 4DPLEX가 야심 차게 내놓은 4면 스크린X가 있습니다.오늘은 CJ 4DPLEX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과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그의 철학과 성과를 바탕으로, 용산에서 직접 경험한 4면 스크린X의 압도적 몰입감과 그 이면에 숨겨진 날카로운 한계점들을 전문가의 시선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1. 10년의 집념이 만든 화룡점정: 4면 스크린X의 성과오윤동 담당이 2013년 CGV와 손을 잡고 공연 실황을 스크린X로 옮기기 시작했을 때, 많은 이는 이를 단순한 '이.. 2026. 4. 14.
크레디트라는 이름의 전장: 저작권 중재위 출범이 한국 영화계에 던진 실존적 질문(임금 체불, 저작인격권, 파트너) 극장 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까지 엔딩 크레디트의 깨어질 듯 작은 이름들을 지켜보는 것은 제 오랜 직업적 습관이자 창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이름들은 저에게 단순한 텍스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피땀 어린 권리이자, 때로는 법정에서 다퉈야 할 분쟁의 씨앗이기도 합니다.2025년 3월, 영화인신문고 내에 저작권파트 중재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은 한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2026년의 시점에서 이 기구가 우리 산업에 던진 화두와 그 한계를 비평가이자 전문가의 시선으로, 그리고 제가 현장에서 목격한 생생한 경험을 더해 꼼꼼히 짚어보고자 합니다.1. 80%의 임금 체불, 그 비루한 노동의 현장에서영화인신문고의 통.. 2026. 4. 13.
극장의 새로운 생존 전략, '스낵무비' (시성비, 지속 가능성, 깊이) 최근 극장가를 산책하다 보면 흥미로운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매표소 전광판에 '관람료 1,000원', '러닝타임 13분'이라는 낯선 숫자들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탄생한 이래,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는 통상 90분에서 120분이라는 시간적 규격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과 2025년을 기점으로 이 견고한 틀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스낵무비(Snack Movie)'의 등장입니다.영화 비평가이자 산업 분석가로서 저는 이 현상을 단순한 '이벤트성 기획'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숏폼 콘텐츠에 뇌가 절여진 소위 '틱톡 세대'를 극장으로 다시 불러모으려는 산업계의 절박한 몸부림이자, 극장이라는 공간의 정의를 재정립하려는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극장의 새로.. 2026. 4. 9.
'호퍼스': 4분의 편리함과 맞바꾼 공존의 가치(정치인, 정치학, 비판) 최근 디즈니·픽사의 행보를 지켜보면 한 가지 명확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과거의 픽사가 '잃어버린 동심'이나 '감정의 실체'를 탐구하는 데 주력했다면, 2026년의 픽사는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의 정치'를 스크린 위로 노골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 바로 신작 '호퍼스(Hoppers)'니다. 저는 이 영화를 3월 34일 비 오는 화요일 오후, 한산한 상영관에서 홀로 관람하며 묘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야 할 극장 안은, 스크린 속 메이블과 제리 시장이 주고받는 날카로운 설전 덕분에 마치 시사 토론장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기 때문입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이자연 기자의 평론을 바탕으로, '호퍼스'가 보여준 정치적 스탠스와 그 이면에 숨겨진 '메.. 2026. 4. 9.
작성자: sangsang6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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