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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각본집 시장의 흥행 공식(팬덤, 다른 공식) 서점에 들렀다가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매대 맨 앞줄에 놓인 책 한 권을 보고 걸음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이었습니다. 영화는 이미 봤지만 굳이 각본집까지 사야 하나 싶어 한참을 서서 뒤적였습니다. 그런데 대사가 아니라 지문을 읽다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영화에서 스쳐 지나갔던 장면 하나하나에 이렇게 섬세한 지시문이 붙어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결국 계산대로 가져갔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책,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출간 전 예약판매만으로 4쇄를 찍었고,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9쇄 2만 5천 부가 팔렸습니다.1,690만 관객을 넘긴 영화의 성공이야 그렇다 쳐도, 종이책 한 권이 이 정도로 팔린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을 .. 2026. 7. 27.
IP 없이 감독 이름 하나로 — 『군체』가 증명한 '감독 프랜차이즈'라는 새 자산 말레이시아 영화관 앞에 걸린 포스터를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극장에 마블 영화 포스터가 걸리듯, 저 멀리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는 '연상호'라는 이름 석 자가 그런 신뢰의 상징이 되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처음엔 과장된 상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군체』의 말레이시아 흥행 기록을 보고 나니, 이건 상상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현실이었습니다.말레이시아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위가 『군체』, 2위가 『부산행』, 3위가 『반도』입니다. 전부 연상호 감독의 좀비 스릴러입니다. 한 나라의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한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점하고 있는 이 기록을, 저는 단순한 우연이나 개인기로 넘길 수 없었습니다. 이건 분명 구조적인 현상입니다.숫자가 말해주는 것『군체』는 올해 칸 국제영화.. 2026. 7. 26.
제작비 700억으로 할리우드와 붙는다 — 『호프』가 제시한 한국영화 새 흥행 공식(새로운 공식, 생존 전략, 조건)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한국영화 제작비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습니다. 100억, 200억을 들인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기사, 그다음엔 어김없이 "내수시장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전문가 코멘트가 따라붙었습니다. 그 말이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호프』 관련 기사를 읽다가 눈에 걸리는 숫자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200여 개국 선판매만으로 제작비의 절반을 이미 회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이 숫자를 보고 저는 잠깐 멈춰 섰습니다. 위기라고만 불리던 한국 영화산업 안에서, 이건 분명 다른 종류의 이야기였습니다. 적자를 걱정하는 뉴스가 아니라, 새로운 공식을 시험하는 뉴스였습니다.나홍진 감독이 먼저 인정한 것: "내수만으로는 .. 2026. 7. 26.
『호프』 리뷰: 산속에서 만난 외계인, 156분 추격전의 실체(외계인, 할리우드, 특별한 이유) *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상영관에 앉아 있던 세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저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걸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팝콘을 사놓고 절반도 못 먹었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호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뛰게 만드는 영화였고, 저는 정말로 그 156분 동안 계속 도망치는 기분으로 스크린을 봤습니다.영화가 끝나고 극장 불이 켜졌을 때, 옆자리에 앉은 낯선 분이 작게 혼잣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와, 이걸 진짜 한국영화가 만들었다고?" 저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우주 함선이 구름을 뚫고 나타나는 장면을 보며 극 중 동네 할아버지처럼 저도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1980년대 비무장지대, 그리고 외계인 넷『호프』는 1980년.. 2026. 7. 25.
화면 속 좀비가 진짜 같았던 이유 — 한국영화 특수분장의 숨은 손길(특수분장, 작업방식) 『군체』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좀비들의 몸에서 흘러내리던 하얀 점액질. 서로 몸을 맞대고 무언가를 주고받는 듯한 그 끈적한 질감이 CG처럼 매끈하지 않고 이상하게 물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정말로 CG가 아니라 배우들의 몸에 직접 발린 물질이었습니다. 화면 너머로도 그 끈적함이 전해졌던 이유가 있었습니다.500만 관객을 넘긴 연상호 감독의 『군체』를 비롯해 최근 한국영화와 시리즈들이 보여주는 좀비, 노인, 상처 입은 얼굴들. 이 모든 이미지 뒤에는 특수분장 팀의 존재가 있습니다. CG가 영화 제작의 기본값이 된 시대에, 왜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특수분장이 필요한 걸까요. 그리고 그 손길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점액질 하나.. 2026. 7. 24.
'와일드 씽'-재기를 위한 대환장 로드무비(코미디 로드무비, 오정세, 강동원)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이 영화에 반쯤 설득당한 상태였습니다. 강동원이 1990년대 오렌지족 스타일 의상을 입고 그 시절 뮤직비디오 문법으로 춤을 추는 영상이 SNS에 돌아다니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강동원이 진짜 음반을 낸 줄 알았습니다. 몇 초 보다가 '이게 영화 홍보였구나' 하고 깨달았는데, 이미 알고 나서도 계속 보게 됐습니다. 영화보다 홍보 영상이 더 기대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와일드 씽'은 그 드문 케이스였습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홍보 영상만큼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엔딩 장면을 보고 나서 극장을 나올 때, 묘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어떤 영화인가: 대환장 로드무비'와일드 씽'은 손재곤 감독의 신작입니다. .. 2026. 6. 15.
작성자: sangsang6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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