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3 큐레이션 OTT (알고리즘, 취향, 생존전략) 솔직히 처음에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영화 플랫폼 맥락에서 들었을 때 조금 낯설었습니다. 박물관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 이야기인 줄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넷플릭스 홈 화면을 켜놓고 30분째 고르다가 그냥 껐던 경험이 생각나더군요. 그때 느낀 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보기 싫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지금 큐레이션 OTT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알고리즘이 만든 피로, 그리고 큐레이션의 등장제가 직접 써봤는데,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대형 OTT의 추천 시스템은 결국 제가 이미 본 것들을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알고리즘(Algorithm)이란, 사용자의 시청 이력과 평점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에 볼 만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과거의 제 취향을 .. 2026. 4. 23. K-컬처의 황금알, 유니버스인가 자본의 신기루인가: K-세계관의 가능성과 한계 (유니버스, 트랜스미디어, 자생) 작년 이맘때, 프랑스 칸에서 열린 필름 마켓(Marché du Film)의 한 카페에서 저는 글로벌 배급사 관계자들과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한국의 신작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 영화의 완성도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인물의 전사(Backstory)를 다룬 스핀오프가 가능한가? 혹은 이 배경을 활용해 게임이나 웹툰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는가?"이제 한국 영상 산업에서 단일 작품의 성공은 더 이상 종착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거대한 세계관(World-building)을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지이자, 투자 유치를 위한 가장 강력한 전제 조건이 되었습니다. 비평가이자 산업 분석가로서 저는 .. 2026. 4. 19. <목소리들> 제주 4·3의 목소리를 찾아서 (증언, 비평, 기록) 제주도를 떠올리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많은 분들에게 제주는 에메랄드빛 바다,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휴양지의 풍경일 것입니다. 저 역시 작년 가을 가족과 함께 제주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혜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을 관람한 후, 제가 느꼈던 그 찬란한 풍경 뒤에는 제주의 또 다른 아픔과 서늘한 진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 나열을 넘어, 우리가 외면했거나 혹은 차마 들여다보지 못했던 제주 4·3의 여성적 기억을 복원해냅니다. 비평가이자 블로그 제작자로서, 이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그 속에 담긴 산업적·예술적 가치를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합니다.1. 지워진 이름들, 그.. 2026. 4. 18. 25억 달러 투자의 끝, K-콘텐츠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하청 기지로 남을 것인가(생존, 재편, IP 주권) 2026년 1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한국을 다시 방문했을 때의 공기는 3년 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2023년 워싱턴에서 선포했던 25억 달러(약 3조 3천억 원) 규모의 투자 사이클이 마지막 해에 접어든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은 축제가 아닌 거대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 충무로 인근의 한 카페에서 오랜 시간 독립 제작사를 운영해온 선배 피디를 만났습니다. 그는 쓴 커피를 들이켜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넷플릭스 로고가 뜨지 않으면 투심(투자 심리)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우리는 창작자가 아니라 넷플릭스 알고리즘의 납품업자가 된 기분이야."이 자조 섞인 고백은 2026년 현재 한국 콘텐츠 생태계가 마주한 구조적 위기를 관통합니다. 비평가이자 산업 분석가로서 저는 오.. 2026. 4. 17. <파묘>가 열어놓은 오컬트의 문, K-호러는 로컬리티의 함정을 넘을 수 있는가(로컬리티, 흉가, 확장성) 2024년 초봄, 자정이 넘은 시각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진행된 비명 상영회 현장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스크린을 채울 때, 관객들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민족의 심저에 깔린 역사적 부채감과 무속 신앙의 기이한 에너지에 압도당해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의 토속신앙이 이렇게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영화 비평 소모임에서 한 참가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는 무서운 게 아니라, 서늘하게 슬프다." 이 짧은 문장은 K-호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로컬리티(Locality)가 어떻게 보편적 정서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점이었습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6년 현재,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필름마켓(EFM .. 2026. 4. 16. 일본 영화 시장의 '미라클 흥행'과 K-컬처가 나아갈 생태계적 지향점(애니메이션, 실사영화, IP 프로토콜) 2026년 현재, 글로벌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IP(지식재산권)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저는 최근 일본 도쿄의 신주쿠와 서울의 용산을 오가며 극장 분위기를 살필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까운 나라이자 먼 나라이기도 한 일본의 영화관 풍경은 우리나라와 또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도쿄의 극장가는 65세 이상의 시니어 관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1020 세대가 메우며 활기를 띠고 있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포스트 파라사이트'를 갈구하며 장르적 변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단순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2025년 사상 최고 매출인 2,744억 엔을 기록한 일본 영화 산업의 이면과, 그 성과가 우리 K-컬처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에.. 2026. 4. 15. 이전 1 2 3 4 5 6 7 ··· 19 다음 작성자: sangsang2025 영화 산업과 문화 콘텐츠 분석을 중심으로 글을 작성하는 개인 미디어 블로그입니다. OTT 환경 변화와 관람 경험에 관한 연구형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본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1차 작성자가 직접 조사·작성합니다.